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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책 리뷰

by 마사지볼1 2025. 4. 9.

ㅠ『장미의 이름』, 제목만 보면 아름다운 로맨스를 떠올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이 책은 중세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철학, 신학, 미스터리, 심리, 상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작품이다.
1980년 발표 이후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움베르토 에코라는 이름을 단숨에 세계 문학계에 각인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소설가가 아니라 본업은 기호학자였다는 사실이다.
기호학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상징과 의미의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인지 『장미의 이름』에는 수많은 상징과 암호, 철학적 인용, 역사적 맥락이 촘촘히 깔려 있다.
심지어 책 속의 도서관 구조, 책 제목의 유래, 등장인물의 이름 하나하나에도 다 뜻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윌리엄 바스커빌’은 중세 철학자 ‘오컴의 윌리엄’에서 이름을 따온 인물이다.
오컴의 윌리엄은 “불필요한 가정을 최대한 배제하라”는 ‘오컴의 면도날’ 원칙으로 유명한 인물인데,
책 속 윌리엄 역시 이성적 추론과 논리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마치 중세의 셜록 홈즈 같은 캐릭터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궁금해할 수 있는 것, “왜 제목이 ‘장미의 이름’인가?”
소설 속에 장미는 실질적으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 제목은 라틴어 문장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옛 장미는 이름만 남고, 우리는 이름만을 붙잡는다)”에서 따온 것으로,
즉 어떤 것의 본질은 사라지고, 이름만이 남는 허무함을 표현하는 상징이다.
종교적 진리도, 권력도, 아름다움도 모두 사라지고 남는 건 ‘이름뿐’이라는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또한 『장미의 이름』은 고전적인 미스터리 형식을 빌리면서도, 실은 지식과 권력, 신과 인간 사이의 긴장을 다룬다.
특히 ‘웃음’을 금지하려는 세력과, 웃음을 옹호하는 주인공의 대결은 중세 종교의 본질과 자유 의지를 상징적으로 다룬 대표적 장면이다.

책이 너무 어려워 보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은 1986년 숀 코너리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2019년에는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됐다.
소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분위기와 메시지를 잘 살려냈기 때문에,
영화를 먼저 보고 나중에 책을 읽는 것도 좋은 감상 순서가 될 수 있다.

『장미의 이름』은 단순한 추리 소설이 아니라, 지적 탐험과 철학적 유희가 어우러진 거대한 미로 같은 작품이다.
한 줄 한 줄에 의미가 숨어 있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상징이 보인다.
이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한 권의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중세의 암호 같은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