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4호기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원전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비상 전력 공급 테스트’라는 실험 중 발생한 인재와 설계 결함의 복합적인 결과였다. 해당 테스트는 원자로가 정지되었을 때, 디젤 비상 발전기가 가동되기까지의 약 40~60초 동안 냉각 펌프에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수 있을지를 실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체르노빌의 RBMK 원자로는 구조상 출력이 낮을수록 반응성이 오히려 증가하는 위험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제어봉 끝이 흑연으로 되어 있어 삽입 시 순간적으로 출력이 더 상승하는 설계적 결함도 있었다. 실험 당시 운영자들은 이미 출력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테스트를 강행했으며, 자동 제어 시스템을 수동으로 해제하거나 무시했다. 이로 인해 원자로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졌고, 제어봉 삽입 시 갑작스러운 출력 폭발이 발생하면서 원자로가 폭주했다. 냉각수가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일어난 수증기 폭발과 이어진 수소 폭발은 원자로를 완전히 파괴했고, 막대한 양의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다. 사고는 수천 명의 직간접 사망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낳았으며, 오늘날까지도 체르노빌은 출입 통제구역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기술적 결함뿐 아니라 인간의 실수, 절차 무시,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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