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을 살 때 성분표를 유심히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소듐카보머(Sodium Carbomer)’라는 이름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름이 낯설고 길어서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성분은 굉장히 흔하고 안전하게 쓰이는 점증제다.
소듐카보머는 ‘카보머’라는 고분자 물질을 나트륨염 형태로 바꾼 것으로, 화장품 안에서 점도를 조절하고, 제형을 부드럽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너무 묽지도 끈적하지도 않은 ‘적당한 발림감’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성분인 셈이다.
이 성분은 특히 젤 타입 제품, 수분크림, 선크림, 헤어젤 등에서 많이 사용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알로에 젤이나 워터크림의 쫀쫀하고 부드러운 질감도 이 성분 덕분에 완성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성분을 잘 섞이게 하고 분리되지 않게 해주는 안정화 기능이다. 오일과 수분이 섞인 제품이 시간이 지나도 층 분리가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전성 면에서도 소듐카보머는 꽤 높은 점수를 받는다. 미국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기준으로도 1~2등급의 저위험 성분이며, 일반적으로 민감성 피부에도 자극이 거의 없다. 다만 아주 드물게 고농도 사용 시에는 일시적인 따가움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는 제조사에서 pH나 농도를 잘 조절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하자면, 소듐카보머는 화장품 속에서 보이지 않게 활약하는 조연 같은 존재다.
우리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효능을 주는 성분은 아니지만, 사용감을 부드럽게 하고 제품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꼭 필요한 성분이다.
다음에 화장품을 고를 때 이 성분을 본다면, 불안해하기보다 “아, 이 제품 제형이 안정적이겠구나” 하고 이해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