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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카탈로니아 찬가』 책 리뷰

by 마사지볼1 2025. 5. 13.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는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전한 작가가 들려주는 가장 사소하고도 진짜 같은 전쟁 이야기다. 담배 한 개비, 감춰야 했던 이름, 바뀌는 도시의 공기까지—이상주의가 무너진 순간의 기록을 담았다.

※ 이 글에는 『카탈로니아 찬가』의 결말과 주요 전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았다면 주의하세요.


📘 이건 영웅서사가 아니다 — 전쟁의 가장 사소하고 가장 진짜 같은 순간들

『카탈로니아 찬가』는 조지 오웰이 1936년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전해 겪은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쟁기록과는 전혀 다르다.

오웰이 말하는 전쟁은,

  • 총알보다 젖은 담배가 더 절실하고,
  • 명예보다 침낭과 담요가 더 간절하며,
  • 정의보다 신분을 감추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하는 공간이다.

🧨 왜 영국인이 스페인 전쟁에 뛰어들었을까?

오웰은 외국인이었다. 영국 시민이었고, 스페인 내전에 개인적인 이해관계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페인에선 단 한쪽만이 옳았다. 나는 그 편에 서고 싶었다.” — 조지 오웰

그에게 스페인은 이념의 전쟁장이 아니라 윤리의 시험대였다.
파시즘이 유럽을 잠식하던 시절, 오웰은 글로만 정의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가 아닌 병사로, 총을 들고 참호로 들어갔다.


⚔️ 스페인 내전, 단순한 내전이 아니었다

  • 기간: 1936년 7월 ~ 1939년 4월
  • 진영 구도:
    • 국민파: 프랑코, 군부, 대지주, 교회, 나치 독일, 무솔리니
    • 공화파: 좌파 연합, 노동자, 무정부주의자, 소련, 국제여단

오웰은 국제여단의 일원으로 자원했고,
그중에서도 POUM(마르크스주의 통일노동자당) 소속으로 참전했다.

하지만 공화파 내부에서도 스탈린 계열 공산당이 POUM을 탄압하면서,
오웰은 전쟁의 한가운데서 자기 편에게 쫓기는 병사가 된다.


🔥 참호 속의 진짜 전쟁

전쟁의 모습은 그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총격은 생각보다 적었고,
고통은 굶주림과 냉기, 불신과 지루함에서 왔다.

“담배 한 개비는 문명보다 더 큰 위안이었다.” — 『카탈로니아 찬가』

사기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젖은 종이를 말아 담배를 만들어 피웠다.
전투보다 무서운 건, 지루함과 불확실성이었다.
전쟁은 피 튀기는 장면이 아니라,
젖은 군화를 벗고 마른 양말을 찾는 일상적인 고통의 연속이었다.


🕵️‍♂️ ‘이름을 숨기고’ 기차를 타야 했던 병사

공포스러웠던 건 총알보다도 정치의 방향이었다.
공화파 내부 권력 구조가 바뀌자, 오웰은 자신이 속한 POUM이
‘반혁명 세력’으로 몰리기 시작한다.

그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도망치듯 기차에 올라탔고,
이름도, 군번도, 소속도 감춰야만 했다.

“내가 옳다고 믿고 참전한 전쟁에서,
나는 어느새 내 신분을 감춰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혁명은 이미 배신당했고,
정의는 검문소에서 총 든 동료의 눈빛에 묻혀버렸다.


🚉 지역마다 다른 공기 — 전쟁의 거리감

기차를 타고 후방으로 이동하던 그는,
지역이 바뀔 때마다 공기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 어떤 도시는 전투가 끝난 듯 고요했고,
  • 어떤 곳은 검열과 체포로 숨이 막혔으며,
  • 또 다른 곳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커피가 팔리고 시장이 열렸다.

“전쟁은 어디선가 너무 가까이 있었고,
또 다른 어딘가에선 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있었다.”

이 감각이야말로, 오웰이 말하는 전쟁의 진짜 얼굴이었다.


💥 이상은 무너지고, 거짓은 살아남는다

오웰은 ‘정의의 편’이라 믿고 전쟁에 참전했지만,
그 안에서 자기편의 권력 다툼, 언론 조작, 이념 숙청을 목격한다.

“진실은 침묵 속에 사라지고, 거짓은 총을 들고 명령한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이상주의가 어떻게 현실 정치 속에서 깨지고 이용당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 이 책이 오늘날에도 꾸준히 인기 있는 이유

✅ 1. 이상주의가 어떻게 붕괴하는가를 직접 보여줌

정의로운 전쟁에 참전한 오웰이,
결국 자기편 안에서 쫓기는 병사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현실 정치의 모순을 상징한다.

✅ 2. 작가가 직접 총을 든 유일한 기록

오웰의 사상은 말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총알과 배고픔 속에서 태어난 것이다.

✅ 3. 정치가 삶을 망가뜨리는 방식을 너무 일상적으로 보여줌

수프의 맛, 담배의 부재, 이름을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
이 모든 사소한 감각이 독자에게 ‘내가 겪은 듯한 전쟁’을 선사한다.

✅ 4. ‘조지 오웰’이라는 브랜드의 탄생점

『동물농장』, 『1984』의 뿌리가 이 책에 있다.
그의 문제의식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카탈로니아 찬가』다.


🧷 마무리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고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대포도 전략도 아닌, 작고 구체적인 감각들이었다.

  • 전투 중에도 담배 한 개비가 위안이 되었던 장면
  • 정치가 뒤집히자 이름을 감춰야 했던 병사
  • 기차로 이동하며 지역마다 공기에서 느낀 긴장감

그 모든 순간이, 오히려 총소리보다 더 현실적이고 깊게 박혔다.

오웰은 이상을 향해 달려갔고,
그 안에서 이상이 얼마나 쉽게 조작되고 무너지는지도 함께 목격했다.

이 책은 총보다 사람 냄새로 가득 찬 전쟁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