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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by 마사지볼1 2025. 5. 12.

인간이 세상을 분류하고 질서화하려는 욕망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위험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며, 불확실성과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루루 밀러의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을 정리해본다.


1. 작가의 아버지 이야기 – 일찍 깨달은 '나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

작가는 7살 때 아버지에게 "너는 세상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일반적으로 부모는 자녀에게 ‘너는 특별하다’고 말하지만, 작가는 반대로 사회의 냉정함을 집에서 먼저 배운 셈이다. 이 경험은 이후 작가의 삶과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준 중요한 사건이었다. 사회에 나와 부딪히며 '나는 별거 아니구나'를 깨닫는 대신, 가정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그 냉정한 사실을 듣는다는 것. 그 장면이 너무 신기했다. 과연 작가의 아버지의 교육법은 옳은 것인가?


2. 장애인 대상 불임화 수술 – 미국의 과거와 나치 사상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과거 미국에서 장애인 시설에서 강제로 불임화 수술이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책에서 유전적 ‘우월함’을 추구하던 당시 분위기를 설명하고, 이를 나치의 우생학적 사고와 연결지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나무위키에서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아 비교적 최근 세기말 전까지 그런 수술이 시행되었다는 기록을 보고 충격받았다. 


3. 존경하던 조던 박사의 이면

작가가 초반에 존경하던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실제로 불임화 정책을 옹호하고, 독으로 물고기를 죽이는 방식으로 연구와 문제 해결을 시도한 인물이었다. 그는 체계화와 분류에 집착했고,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목표지향적 성향이 때때로 인간성과 도덕적 기준을 무시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작가의 연애 및 성 정체성 이야기

책 후반부에는 작가가 연하의 남성과 관계를 맺다가 떠나는 과정과, 자신이 동성에게 끌리는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경험은 단순한 개인적 사건을 넘어서, '정체성도 분류 가능한가'라는 책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개인적으론 연하남 입장에서 다소 안타깝게 느껴졌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더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5. 한국 사회와 분류의 문화

작가의 성 정체성 고백을 읽으며, 한국 사회가 얼마나 '분류'에 익숙한 문화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단일민족, 동일한 가치 기준, 획일화된 서열 구조 속에 살아오며 나 자신도 모르게 ‘정상-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길들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점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결론 –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사회의 기준과 이념 역시, 일종의 ‘분류학’ 아닐까?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의 기준, 규범, 이념들 역시 모두 누군가가 만든 ‘분류 체계’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남성과 여성, 나아가 옳고 그름이라는 구분까지. 모두가 질서를 만들기 위한 인간의 시도였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누군가를 배제하고 지우는 구조가 함께 존재한다. 이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더 이상 '완벽한 계획'이나 '틀 안의 삶'을 추구하지 않게 되었다. 세상은 애초에 명확하게 나눌 수 없고, 많은 질서가 인간이 만든 환상에 가깝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불완전한 지금 이 순간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이 삶의 태도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여기서 나답게 살아가는 일 아닐까. 행복은 가까이에 있고, 늘 있었다.